80년 만의 대전환: 동맹에서 거래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그리는 세계

2025년 12월 8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한 문서가 글로벌 외교가(外交街)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트럼프(Trump)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보통은 형식적으로 넘어가는 이런 문서가, 이번만큼은 다릅니다. 외교정책 전문가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는 이를 “냉전이 시작된 80년 전 이후 가장 큰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1]. 생각해보세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온 동맹 체제, 국제기구 중심의 질서,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건, 이 변화가 단순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이 펼쳐집니다. 유럽은 “문명적 소멸”의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하고,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최우선 순위에 놓으며, 지정학(geopolitics)보다 지경학(geoeconomics)을 앞세우는 이 전략은—솔직히 말하면—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정치의 부활처럼 보입니다.

🔎 현재 상황: 무엇이 공개되었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약 80여 페이지에 걸쳐 미국의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우선순위의 완전한 재편입니다[1].

첫째, 서반구가 이제 미국 안보 정책의 중심입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무시받았던 중남미가 갑자기 1순위로 도약했습니다. 문서는 “트럼프 독트린(Trump Corollary)”이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 시어도어 루스벨트 독트린(Theodore Roosevelt Corollary)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외부 세력을 막는 게 아니라, 미국이 경제적·전략적으로 서반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겁니다[1].

둘째, 경제와 상업적 이익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문서는 “무역 불균형 감소, 공급망 확보,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강조합니다. 동맹은 오직 “방위 부담을 훨씬 더 많이 질 때만” 동맹입니다. 지정학이 지경학에 자리를 내준 겁니다. 투자는 환영하지만 원조는 아웃, 화석연료와 원자력은 인,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우려는 아웃[1].

셋째, 인도-태평양(Indo-Pacific)은 “은메달리스트” 대우를 받습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재조정, 상호주의와 공정성 우선”을 말하지만, 흥미롭게도 북한은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대만해협 분쟁 억지는 우선순위라고 하지만, 경제적 목표와 전략적 목표를 어떻게 균형 잡을지는 불명확합니다[1].

넷째, 중동에서는 발을 빼려 합니다. 지난 35년간 미국 외교정책을 지배했던 중동이 이제 축소 대상입니다. 문서는 이란 약화와 평화 증진에서 많은 걸 이뤘다고 주장하지만, 과장된 평가라는 비판이 나옵니다[1].

다섯째, 아프리카는 사실상 “생각의 덧붙임” 수준입니다. 가장 빠른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1].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부분—유럽에 대한 평가입니다. 문서는 유럽의 경제적 쇠퇴를 언급한 후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 경제적 쇠퇴는 문명적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이라는 더 가혹하고 실질적인 전망에 가려진다.” 유럽연합(EU)은 자유와 주권을 훼손한다고 비판받고,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유럽 대륙은 20년 안에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시됩니다[1].

🧩 원인 분석: 왜 이런 전환이 일어났나?

💰 경제적 계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출처: Video. Latest news bulletin | December 8th, 2025 – Morning

근본적으로, 이 전략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아틀라스(Atlas)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1]. “세계 전체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이 한 문장이 모든 걸 요약합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은 지난 80년간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NATO(나토) 방위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중동에서 석유 공급로를 지키며,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데 외교적·군사적·재정적 자원을 쏟아부었죠.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묻습니다: “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 그리고 국토 안보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가?”[1]

ING의 2025년 12월 글로벌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노동시장 냉각, 수요 약화, AI(인공지능)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과 관세, 공급 제약,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 사이에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됩니다[2].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겁니다.

🏠 서반구 우선주의의 실용적 논리

서반구를 최우선으로 두는 건 국토 안보(homeland security) 관점에서 논리적입니다. 마약 밀매와 불법 이민 차단을 국내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는 거죠. 멀리 있는 동맹보다 가까운 이웃과의 경제적·전략적 통합이 훨씬 직접적인 이익을 준다는 계산입니다[1].

여기엔 공급망(supply chain) 전략도 얽혀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면 근처에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중남미가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재산업화를 추진하려면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이 역시 서반구가 유리합니다[1].

🤝 동맹의 재정의: 가치에서 거래로

냉전 시대의 동맹은 “가치의 동맹”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유된 이상,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위협—이것들이 결속의 근거였죠. 하지만 새 전략은 동맹을 거래 관계(transactional relationship)로 재정의합니다[1].

“우리가 방위비를 대부분 부담하는데, 너희는 무역 흑자를 내고 있잖아?” 이런 불만이 정책화된 겁니다. 동맹국들이 GDP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쓰지 않으면, 미국은 보호를 계속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입니다[1].

🌊 파급효과: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 즉각적인 충격파들

유럽의 실존적 위기: 문서의 유럽 평가는 단순히 가혹한 수준을 넘어섭니다. “문명적 소멸”이라는 표현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유럽 사회 자체의 존립을 의심하는 겁니다. 이민 문제, 경제 정체, EU의 관료주의—이 모든 걸 종합해서 “20년 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

NATO에 대한 언급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구적으로 확장하는 동맹이라는 인식을 끝내고, 그런 현실을 방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같은 국가들의 NATO 가입 희망에 종지부를 찍는 셈입니다[1].

러시아에 대한 온건한 접근: 놀랍게도 러시아는 적대 세력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평화 추진은 무조건적이고, 문서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 재수립”을 목표로 제시합니다. 푸틴(Putin)은 이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겁니다[1].

세력권 정치의 부활: 문서는 암묵적으로 세력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미국은 서반구를 주도하고, 러시아와 EU는 유럽에서 알아서 해결하며, 중국은 아시아에서 큰 발언권을 갖되 “너무 멀리 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입니다. “더 크고, 더 부유하고, 더 강한 국가들의 과도한 영향력은 국제관계의 시대를 초월한 진실”이라는 구절이 이를 명시합니다[1].

🔮 장기적 구조 변화

다극화의 가속: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에서 물러나면,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요? 중국과 러시아가 “여기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문서 분석가는 경고합니다[1]. 유럽과 아시아의 전통적 우방들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니다[1].

OECD의 2025년 12월 경제 전망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력을 보였지만 근본적 취약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4]. 이런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보 구조까지 재편되면, 세계는 훨씬 더 “지저분하고(messier), 덜 자유롭고(less free), 덜 번영하는(less prosperous)” 곳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1].

국제기구의 약화: 문서는 국제기구들에 대해 강한 편견을 드러냅니다. “본질적으로 반미적이고 국가 주권에 위협”이라는 겁니다[1]. 이는 UN, WHO, WTO 같은 다자기구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도덕에서 무도덕으로: 전략은 “비도덕적(immoral)이라기보다 무도덕적(amoral)”입니다. 유럽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는 세계 국가들과 좋은 관계와 평화로운 상업 관계를 추구하되, 그들의 전통과 역사와 크게 다른 민주주의나 다른 사회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1].

걸프 군주국들에 대해서도 “이들 국가들—특히 걸프 군주국들—에게 그들의 전통과 역사적 정부 형태를 버리라고 잔소리하는 미국의 잘못된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1].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미국 외교의 기둥 하나가 무너진 셈이죠.

🌍 글로벌 연쇄반응: 각 지역의 선택

🇪🇺 유럽: 전략적 자율성의 강제

유럽은 이제 진짜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실현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문서가 끝부분에서 “유럽이 현재 궤도를 수정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적대자가 유럽을 지배하는 걸 막으려면 강한 유럽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지만[1], 전반적인 톤은 부정적이고 후견인적입니다.

IFM Investors의 2025년 12월 경제 업데이트에 따르면, 유로존 성장률은 2025년 1.4%에서 2026년 1.3%로 소폭 둔화될 전망입니다. 독일의 인프라 및 국방 지출 자극책이 2026년 후반 성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지만[3], 방위비 증액 압력은 이미 취약한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출처: Video. Latest news bulletin | December 8th, 2025 – Morning

유럽은 세 가지 선택지 앞에 있습니다: (1)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경제 개혁을 단행하기, (2) 러시아와 어떤 형태의 협상 또는 화해를 모색하기, (3)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심화하여 미국 의존도 낮추기. 세 가지 모두 정치적으로 엄청난 도전입니다.

🇨🇳 중국: 인내심 있는 확장

중국 경제는 2025년 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약 5%” 성장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2]. 하지만 하반기 성장 둔화, 부동산 시장 약화, 고정 자산 투자 감소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2].

미국의 새 전략은 중국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한편으로는 “대만 분쟁 억지”가 우선순위라고 명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큰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암시도 있습니다[1]. “더 크고 부유하고 강한 국가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건, 중국의 지역 패권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중국은 아마도 전략적 인내를 선택할 겁니다. 벨트앤드로드(Belt and Road),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같은 경제적 통합을 계속 추진하면서, 미국이 서반구에 집중하는 동안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거죠.

🇷🇺 러시아: 예상치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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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 Special Edition: America Adrift (December 8, 2025) (richardhaass.substack.com · 2025-12-08)
   A messier, less free, and less prosperous world is the likely result. Russia and China will find opp…
2. ING Global Outlook December 2025 (think.ing.com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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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lobal economy proves resilient but remains fragile (www.oecd.org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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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OECD Economic Outlook, Volume 2025 Issue 2 (www.oecd.org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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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Global Shift Toward Trust: 2025 Employer Branding … (www.morningstar.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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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rade and Development Report 2025: On the brink (unctad.org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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